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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심층대담] 정영선 오산대학교 총장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기관…수업연한 다양화 필수”

작성자관리자 작성일 2018-02-12 조회수 :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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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의 정체성은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전문대학은 한마디로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정영선 오산대학교 총장은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했다. 일반대학, 전문대학, 사이버대학 등을 두루 거친 만큼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정 총장은 “고등교육기관을 학문중심과 직업교육중심으로 나눠 투 트랙으로 가야 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반대학은 학문이나 교육중심,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 총장은 “교육부에서 한국형 나노디그리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단기간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내는 제도”라면서 “3개월, 6개월부터 4년까지 전문대학의 수업연한을 다양화해서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기간 동안 양성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자유롭게 풀어서 학점 위주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수하는 학점에 따라 전문학사학위, 학사학위를 줄 수 있게 하면 어떤가. 3개월 또는 6개월만 이수하고 취업한 학생은 추후에 학점을 모아 학위 검정 쪽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전문대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육성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 총장으로 부임한지 약 1년이 지났다. 취임시 교육행정가와 대학총장으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고등교육환경에 혁신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어떤 혁신을 꾀했나.
“지난달 30일, 정확히 1년 됐다. 오랜 교육행정 경력과 총장으로서의 경험과 지식은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개별 대학마다 갖고 있는 문화와 기본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그동안 준비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학은 아주 작은 정책도 학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우리 대학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적절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진단했다. 흔히 대학이 위기라고 하지만 보통 우리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 대학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 등 기본 인프라를 세부적으로 진단해서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를 구성원들에게 알려주고 그 위기감을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여름방학 때 전체 구성원들과 워크숍을 갖고 진단 결과를 토대로 3대 혁신 어젠다를 발굴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 3대 혁신 어젠다는 무엇인가.
“첫째는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대학’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가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기본을 건너뛰면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위기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본이 탄탄해야 한다. 대학의 기본은 그야말로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것이다. 교수-학습, 학생의 인성 및 역량, 교육환경, 학생복지,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에 관해 기반을 구축하고 내실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ICT 기반 융합형 교양교육과정’을 개발, 적용하는 것이다. 2학기부터 ‘4차 산업혁명의 이해’라는 과목을 신설해 시행 중이다. 우선 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이 뭔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2018학년도부터는 전 계열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을 위한 ‘코딩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셋째는 ‘집중학기제 운영’이다. 내년부터 신입생이 입학을 하면 창의·인성학기제(가칭)를 실시하려 한다. 신입생의 자아발견, 인성교육과 다양한 체험활동 및 프로그램을 통해 조기에 대학생활에 적응하고 자기주도적 학습과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독립학기로 집중, 운영할 계획이다. 1박 2일간의 인성캠프, 자기성찰 및 개발, 인문학 강의, 문화가 있는 캠퍼스, 전공체험, 각종 스포츠 활동, 지역사회 봉사활동 등으로 2~3주간 집중학기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 듀얼블록제, 전 학과 캡스톤디자인 수업 도입 등도 혁신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건가.
“그렇다. 모두 현장실무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그 중에서도 듀얼블록제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마지막 한 학기인 16주를 절반으로 나눠 8주는 대학에서 산업체 인사와 교수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공집중 교육을, 나머지 8주는 개별 산업체에서 현장집중실습 및 교육을 진행하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이다. 아직 연구, 검토 단계다. 내년 신입생부터 창의·인성학기제와 함께 적용, 운영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캡스톤디자인은 대학 자체적으로 오랫동안 해왔다. 사실 캡스톤디자인이라는 게 공학계열 학생들이 나중에 취업하고 나서 산업체 현장에서 맞닥뜨릴 문제 등을 사전에 찾아내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과정이다. 우리 대학에서는 인문사회계열, 예체능계열까지도 다 확대해서 하고 있었다. 가시적인 성과들도 나타났다. 실례로 문화관광이벤트과는 지역사회와 협조해서 남촌동 상가지역에서 ‘빛의 거리’라는 이벤트를 펼쳤다. 학생들이 상가 거리의 문제점을 발견해서 개선 방안을 제시해 오히려 지역상권이 살아나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학내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를 통해 우수한 작품들을 모아 대학 차원에서 캡스톤디자인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 총장 부임 이후 LINC+ 사회맞춤형학과 중점형 사업에 선정됐다. 총장의 리더십 덕분인가.
“그건 아니다. 우리 대학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주문식 교육을 해왔다. 그 이후에도 대학 자체 재원으로 꾸준히 해왔다. 그 결과 정량평가는 만점이었다. 사실 정량평가 지표는 총장이 와서 한다고 하루아침에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오래 전부터 꾸준히 노력해오면서 쌓은 우리 대학의 자산이 이제야 빛을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다만 교직원들이 밤새워 가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옆에서 격려해주고 성원해준 것밖에는 없다. 교직원들의 열정 덕분이며, 이미 만들어진 좋은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성수동수제화반’이 눈에 띈다.
“우리 대학 사회맞춤형학과 중점형 사업에는 7개 학과 6개 협약반으로 구성, 운영하고 있다. 48개의 건실한 기업체가 122명의 학생들과 매년 취업 약정을 하고 있다. 이 사업 참여학생들은 그동안 교내에서 이론으로만 하는 캠퍼스 중심의 학습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배우고 익히는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성수동수제화반’이다. 우리 대학의 ‘IT신발산업과의 모태는 ’제화공업과‘다. 세계에서 4번째, 아시아와 국내에서 처음으로 1989년에 개설된 국내 유일의 신발 관련 학과라고 할 수 있다. ’성수동수제화반‘은 8개 참여 산업체의 요구에 따라 수제화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수제화산업의 메카인 성수동을 중심으로 한 현장실습학과반을 운영함으로써 수제화 전문인력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의 구두를 만들어 화제가 된 ’성동구 수제화 명장 1호‘인 유홍식 명장이 현재 강사로 참여 중이다. 지난 8월에는 서울 성동구청과 성수 수제화 산업발전 및 맞춤형 인력양성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대학에서는 성수수제화산업과 연계한 산학협력사업을 발굴하고 현장실습을 통해 수제화 전문인력의 취업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산업체에서는 맞춤형 인력을 제공받음으로써 인력난을 해소하게 돼 수제화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오산시의 특색에 맞게 대학 인프라를 활용한 창의적이고 특색 있는 산·학·관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오고 있는 걸로 안다.
“대학은 지역사회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지역사회도 대학의 협력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는 현장중심, 실무중심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므로 지역과 상생하는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산시는 평생학습도시, 교육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평생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가 상당히 강하다. 이에 발맞춰 오산시는 ‘백년시민대학’을 만들어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우리 대학 평생교육원이 오산시와 협력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을 많이 소화하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한 관학평생교육프로그램과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직업교육이다. 이 외에도 고용노동부와 ‘지역산업맞춤형인력양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 내에 약 320개 업체와 협약을 맺고 매년 600여 명의 사회맞춤형 인력을 양성해서 배출하고 있다.”

- 최근 한신대와 연계교육과정 협약을 맺었다.
“이 또한 오산시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오산시에는 일반대학은 한신대, 전문대학은 우리 대학밖에 없다. 결국 같은 지역 내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을 공동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이번 협약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특히 오산시가 평생학습·교육도시인 만큼, 한신대가 추구하는 정신적, 문화적 학문과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실용적이고 현장중심적인 학문이 융·복합돼 새로운 지역대학 협업의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사실 임기 중에 무엇을 꼭 해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학은 지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자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다. 총장이 무엇을 하고 싶다고 무조건 따라 오라고 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목표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구성원 간에 신뢰를 형성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겠나. 교학상장이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가르치고 배우면서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여건만 갖춰진다면 그 대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대학이 학생을 위한 대학, 학생이 최고인 대학,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교수나 대학의 배려와 관심에 감동을 받는 대학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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